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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31, 2010

화암사 내 사랑


     @ 2009. 멍석작 / 반가워요 (화선지에 수묵, 물감)





화암사 내 사랑

                                 / 안도현


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나오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 형채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였습니다 .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



-시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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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멍석작 / 고향( 화선지에 수묵, 물감)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시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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