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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25, 2010

어머니 앞에서



                                                          @ 4339년 멍석작 / 魂(혼) (화선지에 수묵, 물감)






어머니 앞에서
                              / 김영승



어머니는 내 옷을 빨아주시고

내 몸과 마음을 빨아주시고

휘휘 저어 헹궈서 햇빛 아래

빨래로 널어 놓으신다.


하늘 아래 이 모습 저 꼴의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씩 날더러

뭐라고 하지만 내 계집조차

날더러 뭐라고 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나를

뭐라고 뭐라고들 하지만


샛바람 마파람 하늬 높새바람에

어머니는 나를 포근히 말려주신다


깨끗한 모습으로

또 나가서 술 마시고 물 엎지르고

그리고 더러워지면 또 오너라 하신다


해지고 찢기워 너덜거리면

곱게 기워주시고 구겨지면 다려주시고

이것 저것 깨끗이 문지르고 훔쳐주신다 하신다.


그리고 더는 못쓰게 되었을 때

어머니 가슴에 버리라고 하신다.


불을 당겨 또 깨끗이

태워주시겠다 하신다.



시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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