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39년 멍석작 / 魂(혼) (화선지에 수묵, 물감)
어머니 앞에서
/ 김영승
어머니는 내 옷을 빨아주시고
내 몸과 마음을 빨아주시고
휘휘 저어 헹궈서 햇빛 아래
빨래로 널어 놓으신다.
하늘 아래 이 모습 저 꼴의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씩 날더러
뭐라고 하지만 내 계집조차
날더러 뭐라고 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나를
뭐라고 뭐라고들 하지만
샛바람 마파람 하늬 높새바람에
어머니는 나를 포근히 말려주신다
깨끗한 모습으로
또 나가서 술 마시고 물 엎지르고
그리고 더러워지면 또 오너라 하신다
해지고 찢기워 너덜거리면
곱게 기워주시고 구겨지면 다려주시고
이것 저것 깨끗이 문지르고 훔쳐주신다 하신다.
그리고 더는 못쓰게 되었을 때
어머니 가슴에 버리라고 하신다.
불을 당겨 또 깨끗이
태워주시겠다 하신다.
시출처;화실전
링크
Thursday, March 25, 2010
어머니 앞에서
Subscribe to:
Posts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