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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February 25, 2011

교실풍경 5


2011. 멍석작 / 첫날 (종이에 수묵, 담채)







교실풍경 5

 


새학년, 새교실

그리고 새친구, 새선생님

교실가득 콩닥콩닥 가슴 뛰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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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23, 2011

옛 노트에서

                       2006. 멍석작 / 얘들아 놀자. (종이에 수묵, 담채)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 지성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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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없는 젊은 시절이 어디 있으랴. 그 ‘많은 빛’들은 맑고 깊어서 ‘이 세계 바깥’ 어디까지라도 뻗어 ‘투명한 개울’을 낼 수 있지 않았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을 별처럼 콕콕 가슴에 새기며 설레기도 했으리라. 과거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아름다운 걸까. 그 시간들이 그립다 하여 덮어놓고 아름답다 해도 좋을까.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보다 더 힘겨운 일이므로 그리움은 때때로 차단되어도 좋으리. 좇기며 견딘 시간들, 그 고비들, 박복한 소출들, 생각조차 나지 않는 약속들, 산비탈을 돌아 알지 못하는 곳에서의 낯선 유혹들. 이제 노을 되어 전봇대의 늘어진 전선 아래로 깔려 자잘하게 부서진다.

다만 지금은 충분히 흔들리지 않았던 몸 이끌고 어딘가로 스며들어야할 때. 나도 옛 노트를 펼쳐 보지만, 덕적도 섬집을 지키며 하루에 한 번 오가는 배를 보며 그리움을 키웠다는 시인의 그 시절까지는 가지 않겠다. 그리고 되도록 시인의 말투를 빌리지도 않겠다만.

뭉툭한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일제히 바람에 펄럭거리며 거슬러 당도한 바다. 모래언덕은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은 기다리라 말하지 않고 그 옆에선 꼭 돌아오겠다고 말해야 한다는 해바라기도 곁에 없었다. 그냥 평범한 38도선 근방 7월의 동쪽 바닷가 모래밭. 발가락을 꼼지락대면 발가락 사이로 잡혀 올라왔던 맑은 된장국 속의 그 백합.

가 닿을 수 없고 너덜해진 그리움만 아득한 곳. 울어도 불어도 닿지 않는 그리움. 그리움도 익어 가는가. 나 아닌 그대의 열매가 붉고 탱탱하게 익어갈 무렵 간신히 그리움을 단속하고 숨을 죽인다.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나 비로소 뜨뜻해진 품 다 열어둔다. 지금은 볼그족족 복숭이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글음악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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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21, 2011

혼자 가는 먼 집


















































   @ 2010. 멍석작 / 엄마야 누나야 (종이에 수묵, 담채)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허수경 시집『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 중에서


글출처;화실전














글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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