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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02, 2010

타임캡슐의 사랑법

2009. 멍석작 / 사랑 9화선지에 수묵, 물감)





타임캡슐의 사랑법



[아! 고구려 고분 벽화전]을 보러가서

부장품으로 그려넣을 내 삶은 심각했네



사랑법 언제나 그랬지, 새로 산 구두처럼

살아가면서 적응해야 하는 고통은 그런 것

견딜만 할 쯤이면 낡아져 기워야 하는

쓸쓸한 상처 뿐인 구두같은 내 몰골을

빛바랜 자작나무 껍질이나 화강암 벽 위에

그려넣어야 한다니! 아찔했네



물방울 매달린 토란 잎에 내리는 햇빛

시신경을 뒤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고구려의 하늘엔 구름도 씩씩했겠네



가끔씩 만나서 차를 마시는 그대에게도

사랑을 고백해야겠네, 우리의 사랑은 좀더 익어야겠어

멸치젖처럼 혹은 쥐라기의 화석 쯤으로

오랜 뒤 꺼내어질 타임캡슐에 넣어야겠어! 라고



그대, 내게서 떠날 것을 예감하기도 전에

더 이상 낡아지기 전에 밀봉해야겠네.





詩. 박윤배

<시집> 얼룩 (문학과경계, 2002)



= 시출처;화실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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