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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03, 2009

가을의 노래




                  @ 2008. 멍석작 / 시월엔 (화선지에 수묵, 물감)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死者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者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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