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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pril 12, 2010

사람을 사랑한 이유




    @ 2008. 멍석작 / 사랑 (종이에 수묵, 물감)






사람을 사랑한 이유 / 이생진

            ㅡ백석과 자야 1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 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ㅡ1000억의 재산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ㅡ그 사람 생각을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ㅡ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그게 무슨 소용있어'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했다



ㅡ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한국에서?

에!한국?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 문학 할 거야'



ㅡ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의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 데는 시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시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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