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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23, 2011

옛 노트에서

                       2006. 멍석작 / 얘들아 놀자. (종이에 수묵, 담채)







옛 노트에서/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 지성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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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없는 젊은 시절이 어디 있으랴. 그 ‘많은 빛’들은 맑고 깊어서 ‘이 세계 바깥’ 어디까지라도 뻗어 ‘투명한 개울’을 낼 수 있지 않았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을 별처럼 콕콕 가슴에 새기며 설레기도 했으리라. 과거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아름다운 걸까. 그 시간들이 그립다 하여 덮어놓고 아름답다 해도 좋을까.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보다 더 힘겨운 일이므로 그리움은 때때로 차단되어도 좋으리. 좇기며 견딘 시간들, 그 고비들, 박복한 소출들, 생각조차 나지 않는 약속들, 산비탈을 돌아 알지 못하는 곳에서의 낯선 유혹들. 이제 노을 되어 전봇대의 늘어진 전선 아래로 깔려 자잘하게 부서진다.

다만 지금은 충분히 흔들리지 않았던 몸 이끌고 어딘가로 스며들어야할 때. 나도 옛 노트를 펼쳐 보지만, 덕적도 섬집을 지키며 하루에 한 번 오가는 배를 보며 그리움을 키웠다는 시인의 그 시절까지는 가지 않겠다. 그리고 되도록 시인의 말투를 빌리지도 않겠다만.

뭉툭한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일제히 바람에 펄럭거리며 거슬러 당도한 바다. 모래언덕은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은 기다리라 말하지 않고 그 옆에선 꼭 돌아오겠다고 말해야 한다는 해바라기도 곁에 없었다. 그냥 평범한 38도선 근방 7월의 동쪽 바닷가 모래밭. 발가락을 꼼지락대면 발가락 사이로 잡혀 올라왔던 맑은 된장국 속의 그 백합.

가 닿을 수 없고 너덜해진 그리움만 아득한 곳. 울어도 불어도 닿지 않는 그리움. 그리움도 익어 가는가. 나 아닌 그대의 열매가 붉고 탱탱하게 익어갈 무렵 간신히 그리움을 단속하고 숨을 죽인다.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나 비로소 뜨뜻해진 품 다 열어둔다. 지금은 볼그족족 복숭이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글음악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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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21, 2011

혼자 가는 먼 집


















































   @ 2010. 멍석작 / 엄마야 누나야 (종이에 수묵, 담채)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허수경 시집『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 중에서


글출처;화실전














글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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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February 17, 2011

당신의 느낌, 당신의 감각




2010, 멍석작 / 소통 (종이에 수묵, 물감)




 

당신의 느낌, 당신의 감각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당신에게 독이 되거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타인의 시선', '타인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선입견을 갖지 말고, 당신의 느낌과
당신의 감각을 따르기를.


- 서명숙의《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중에서 -



현대는 정보의 시대라는데 붓물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살아감이 버거울 때가 많다.
많은 정보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서 때로는 혼란을 가져 올수가 있고,
또한 유익하지 못한 정보로 하여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유익하고
알맞은 정보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어야 가장 좋은 정보지 싶다. 특히나 작가는 누구보다
정보가 매우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고자 한다면 정확한 새로운
정보야 말로 작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피와 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느낌과
감각으로 풀어가야 되지 싶다. -멍석-





Wednesday, February 16, 2011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다


2009. 멍석작/ 유쾌 상쾌 통쾌 (종이에 수묵, 담채)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나는 결국 나 혼자
사는 게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들, 밥상에 반찬으로 올라와 있는 것들,
심지어 내가 마시는 물도 저 시냇물의 물 한 방울이고,
내가 마시는 이 공기도 나무가 밤새도록 내뿜는
산소 한 모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 몸을
살찌우는 곡식과 채소들이 저 들판에서
나왔다는 걸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 의식은
자연에서 자양분을
얻었습니다.

- 이우성의《정말 소중한 것은 한 뼘 곁에 있다》중에서 -


글,출처;화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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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February 10, 2011

함부르크 환경청 초청 '먹빛미소'전

독일 작가 크리스티네와 멍석



 

함부르크 환경청 초청 '먹빛미소'전 연장 전시


2010년 12월 9일~ 2011년 1월30일까지
독일 베를린 스판다우 문화의 집 갤러리 초청전에 이어
함부르크 환경청 키티갤러리 초청으로 2011년 2월 3일~ 3월 29일까지
두달여에 걸쳐 전시를 하게 되어 지금 전시 중이다. 개막식 때 장관님을 비롯해
많은 귀빈과 축하객들의 참여로 성대히 치루고 더불어 한국 문화 특히 먹 작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더욱 빛난 전시가 될거라고 하였다. 다행히 베를린 전시에는 참석하여
많은 축하와 현지의 분위기를 보고 듣고 느끼고 왔었는데 함부르크 전시에는 참석을 못해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크다. 동양 예술에 대한 반응은 대단히 좋아 긍지를 가지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계획으로 앞으로 전시의 기회를 더 많이 가져 동서양 소통의
 길을 마련해 보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베를린 전시나 함부르크 전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병오스님과 방선생님
그리고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의 뜨거운 불로 타오르고 있어
그 꿈의 실현을 위해 화이팅해야 겠다.












Wednesday, February 09, 2011

기운생동의 삶

멍석작/ 꽃피는 산골(종이에 수묵, 담채)




기운생동의 삶

'동양화의 우열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었일까?
구고? 색채? 필선? 그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바로 기운생동(氣韻生動)이다. 기운생동은 중국 제나라 때 사혁이 제시한 회화 창작의
기준인 6법 즉) 기운생동(氣韻生動), 골법용필(骨法用筆),응물상형(應物象形),수루부채(隨類賦彩),
경영위치(經榮位置),전이모사(轉移模寫)이다.여기에서 기운생동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그 무엇이다. 다만 느낄 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듯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공부, 사람공부/ 조정육지음)

기운생동에 의해 자연 만물의 生死가 운행되듯이 새싹이 돋아 꽃이 피고 지듯   
자연의 법칙에 따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믿어 실현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꼭 말을 하고 보여서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마음의 문을 열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 들을 수 있고,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으며, 들리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삶이 이와같다면 기운생동의 결을 따라 파격적이고 대담한 붓질로 미친듯이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과 열정으로 사물의 외양이 아니라 영혼을 취해 정신까지 담는
그런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작가는 생활속의 소리뿐만이 아니라 자연의 작은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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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06, 2011

작가의 세계


멍석작/왜사냐건웃지요 (종이에 수묵, 담채)





無法而法(법이 없으면서도 법이 있는 곳)


청나라 화가인 석도는
無法而法(법이 없으면서도 법이 있는 곳) 즉,
법이 없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붓을 휘둘러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법은 갖추되 법을 뛰어넘어 자재로움을 얻는 경지까지 가는것.
그것이 '무법이 법'의 세계입니다.
하나의 작품이 벽에 걸려있지만 그 작품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까요.
수십 년 공들여 익힌 화법을 버리고 '무법'의 경지에서 붓질을 하기까지 얼마나 자주
능력의 부재를 확인하면서 넘어지고 절망했을까요. 그것이 화가들의 생애입니다.
그림 한점은 단순히 종이나 비단위에 불감을 칠한것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선을 얻기까지 숱한 세월을 고뇌하며 몸부림쳤던 작가의 생애가 응축된 선입니다.
그래서 먹으로 그린 선은 작가의 생명줄이자 감상자를 깨어나게 하는 영혼의 울림입니다....
작가는 시대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혼의 메세지를 전해줄 것입니다.
작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위해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고통을 곰삭이고 발효시켜 예술세계의 자양분으로
삼고 영혼을 불태워 자기의 세계를 확립하는 것이지요.

(그림공부 사람공부 / 조정육지음)



책을 통해 이렇게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나의 예술세계랄까 작가론에 대한 바들을 명료하게 정리해 주고
제시해 주는 책이랄까.